뮌헨 클래식(1) 클래식 음악에 익숙해지기 | Klassik in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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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음악, 무용, 오페라 등의 공연 예술을 즐기는 것은 TV 드라마를 보는 것이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특별한 활동이다. 하지만 뮌헨에서는 이러한 공연 예술을 즐기는 것이 상당히 일상화되어 있다. 13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뮌헨에는
유럽에서 가장 좌석 점유율이 높은 오페라인 바이에른 슈타츠오퍼(Bayerische Staatsoper)가 있고, 뮌헨 필(Münchner Philharmoniker)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의 정기연주회 티켓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일찍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공연 예술이 다른 장르의 예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예술가가 관객 앞에서 작품을 직접 구현하고, 그 순간 존재한 예술 작품은 무형의 것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게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의 발달로 공연을 녹음, 녹화해서 저장한 후 재생할 수도 있게 되었지만 그러면 공연 예술의 고유한 맛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연극을 공연장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볼 거라면 차라리 희곡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만든 영화를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음악을 포함한 공연 예술은 현장성과 동시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뮌헨에 살면서 적지 않은 클래식 콘서트와 오페라 공연을 봤다. 대부분은 혼자 봤지만, 가끔은 호기심에 경험 삼아 공연을 보겠다는 이에게 표를 구매해주고 공연장까지 안내하며 함께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 자체를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래서 내가 들인 노력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중음악이나 뮤지컬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는 친숙해지기도 어렵고, 즐기기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는 흔히 Hochkultur(high culture)로 분류된다. (Hochkultur라는 용어가 사회경제적 계층과 연관될 수 있고, 엘리트주의를 떠올리게 해 반감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널리 쓰이는 용어이니 그냥 사용하도록 한다.)

대중음악이나 뮤지컬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나뉠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보다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등의 Hochkultur 공연 예술은 어떻게 즐겨야 할까? 나는 이 질문에 앞서 '그런 공연을 누구나 경험하고 즐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후자에 대한 내 대답은 '없다'이다. 세상에 가치 있고 즐길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째서 클래식 음악이니 오페라니 하는 데 돈과 시간,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김치찌개와 쌀밥이 가장 맛있다는 사람에게 피자와 파스타의 맛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권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음악은 영혼과 마음의 언어"라고 했다.


"Musik ist die Sprache unserer Seele und unseres Herzens."

- Mariss Jansons beim 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 2006



2012년 빈 필의 신년음악회를 지휘하는 마리스 얀손스



Mariss Jansons | Bild: Richard Schuster



대중음악이 비교적 쉬운 표현과 단순한 문법을 가진 언어라면, 클래식 음악은 좀 더 복잡한 표현과 더 다양하고 정교한 문법 체계를 가진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이 더 수준 높은 예술이라는 뜻은 아니다. 복잡한 구성의 장편소설이 쉬운 단어와 간략한 구절로 이루어진 시보다 반드시 문학적으로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클래식 음악은 시기별로 작곡가별로 아주 다른 언어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흐의 음악이 독어라면, 드뷔시의 음악은 프랑스어이고, 차이코프스키(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러시아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많이 다르다. 다시 말해, 클래식 음악은 문법과 표현이 방대하고 다양한 언어들의 총합이다. 그래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언어를 배우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쉬운 것부터 익혀가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뮌헨은 이미 클래식 공연 문화의 첨단인 곳이라 만만한 공연이 오히려 적다. 독어로 인사하는 것부터 배워야 할 사람에게 괴테부터 읽어보라고 권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클래식 음악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우선 바이에른 방송의 클래식 라디오 채널인 BR-KLASSIK (http://www.br.de/radio/br-klassik/)부터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에서도, 라디오로도 들을 수 있으니 매일 틀어놓고 듣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작곡가 이름만 들어도 대략 이러한 음악이 나올 것 같다고 연상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작품은 실제로 공연장에 가서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올 것이다.


"뮌헨 클래식 | Klassik in München"은 뮌헨 한인 천주교회 월보 '빛과 소금' 격월로 연재되는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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