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클래식(2) 말러 '대지의 노래': 초연 100주년 기념공연 | Klassik in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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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 작곡가로 현대 음악의 실마리를 제시한 업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는 1911년 11월 20일 뮌헨에서 브루노 발터(Bruno Walter)의 지휘로 뮌헨 필(Münchner Philharmoniker, 당시 이름은 Münchener Konzertverein)에 의해 세계 초연되었다. 2011년 11월, 이 작품의 초연 100주년을 기념하는 주빈 메타(Zubin Mehta) 지휘, 뮌헨 필, 테너 페터 자이퍼트(페터 자이페르트 Peter Seiffert), 바리톤 토머스 햄슨(Thomas Hampson)의 공연을 봤다.


100-jähriges Jubiläum der Uraufführung

Vor 100 Jahren, am 20. November 1911, leitete Bruno Walter das Orchester des „Münchener Konzertvereins“ (die späteren Münchner Philharmoniker) bei der Uraufführung von Gustav Mahlers „Das Lied von der Erde“. Zum 100-jährigen Jubiläum dieses Konzertereignisses steht am 17., 18., 20. und 21. November 2011 Ehrendirigent Zubin Mehta mit „Das Lied von der Erde“ am Pult der Münchner Philharmoniker, Thomas Hampson und Peter Seiffert übernehmen die Gesangsoli. Ein filmischer Blick in die Generalprobe zeigt, wie „Das Lied von der Erde“ mit seiner tiefen, inneren Ruhe 100 Jahre nach der Uraufführung nichts von seiner Gefühlskraft verloren hat. Zubin Mehta bringt es auf den Punkt: "Es ist so himmlisch..."

http://youtu.be/I4aSHm506Y8 (이 링크에는 말러 '대지의 노래'의 리허설과 메타, 자이퍼트, 햄슨의 간단한 인터뷰가 있습니다.)
http://www.mphil.de/mphil-media/video.html


총 4회의 공연 중 세 번째와 번째(마지막) 공연을 봤다. 세 번째 공연은 녹음하는 것이었지만, 마지막 공연엔 마이크가 없었다. (아래 후기는 녹음되지 않은 마지막 날 공연에 대한 것임.)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부터 모든 게 훌륭하다. 현은 일치감에 하나가 된 듯하고, 목관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녹음 세션에 해당하지 않는 마지막 공연에서 전날 공연보다 더 훌륭한 연주가 나오다니, 메타는 대단하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지휘와 조금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지휘 또한 훌륭하다.


Donnerstag, 17. November 2011, 20:00 Uhr
Freitag, 18. November 2011, 20:00 Uhr
Sonntag, 20. November 2011, 19:00 Uhr
Montag, 21. November 2011, 20:00 Uhr

Franz Schubert
Ouvertüre zu "Rosamunde" C-Dur D 644

Moritz Eggert
"Puls" (Uraufführung)

Gustav Mahler
"Das Lied von der Erde"

Zubin Mehta, Dirigent
Peter Seiffert, Tenor
Thomas Hampson, Bariton
Münchner Philharmoniker


동시대 작곡가 Moritz Eggert의 "Puls"는 초연되는 작품이다. 이렇게 재밌는 동시대 작곡가 곡은 처음이다. "Puls"라는 제목 대신 "석기시대인의 하루"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싶다. 다양한 동물의 발자국 소리 같은 느낌도 드는 등 대단히 극적이고 매력적인 곡이다. 동시대 작곡가 작품 연주에서 이토록 좋은 청중의 반응은 처음 본다.


Moritz Eggert "Puls"

Am 17. November 2011 spielten die Münchner Philharmoniker unter der Leitung von Zubin Mehta die Uraufführung von Moritz Eggerts "Puls". "Eine Wundertüte", urteilte die AZ über das neueste Werk des Münchner Komponisten. Moritz Eggert spricht über die Grundidee und den Aufbau seiner Komposition, einem Auftragswerk der Münchner Philharmoniker, das anlässlich des 100. Uraufführungsjubiläums von Mahlers "Das Lied von der Erde" aus der Taufe gehoben wurde.

http://youtu.be/FjrEL_QBYjI (이 링크에는 모리츠 에거트 'Puls' 리허설과 작곡가 에거트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http://www.mphil.de/mphil-media/video.html


말러 '대지의 노래'는 시작하자마자 두 가수가 어제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충분히 몰입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케스트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 이래서 메타가 녹음으로는 재미를 못 보는 것이구나.


몽롱한 상태에서 유희를 즐기는 듯한 호쾌한 노래를 부르는 테너 자이퍼트는 남성적인 무게를 잃지 않으며 호탕하게 노래했다. 독어 발음의 맛을 잘 살리는 그의 자연스러운 딕션 때문에 미국 출신 바리톤 햄슨의 독어 발음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20세기 작품 중 '대지의 노래'의 마지막 곡 "Der Abschied"만큼 담백하면서도 진솔하게 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중국의 시를 번안한 가사를 활용했다는 표면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말러는 동양적 세계관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서양 음악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로 구현할 수 있도록 통찰력 있게 번역했다. 메타가 지휘하는 뮌헨 필도 이를 잘 구현했고, 특히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오보에 연주의 깊이와 진중함은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도 흉내 내기 어렵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높은 경지에 있었다.

진중한 곡을 노래하는 바리톤 토머스 햄슨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는 한 소절도 도저히 흘려 들을 수 없도록 무섭게 몰입해서 노래했다. 아니 원작자인 중국 시인으로 빙의해버린 듯했다. "Ewig..."를 반복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말 이 곡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이로써 나의 말러 Zyklus(교향곡 1번부터 10번의 아다지오와 '대지의 노래')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금까지 말러 공연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깊고 진중한 울림이 내 마음속에서 공명하며 증폭되는 듯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번 공연이 얼마나 훌륭했기에 그럴까?



공연을 마치고. 왼쪽부터 테너 자이퍼트, 지휘자 메타, 바리톤 햄슨 | 사진: 멀더




방편(方便)이란 임시방편에서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예술에서 표현 수단도 방편에 불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道可道, 非常道 도가도, 비상도'라는 도덕경의 가르침에서처럼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한정된 道는 常道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연주를 통해 구현된 소리에 담겨 전달된 것은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한 것 그 자체일 수는 없다. 그러기에 정말 깊이 있는 연주는 가능한 많은 것을 최상의 기교로 표현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깊은 이해와 통찰, 직관을 통해, 아무리 훌륭한 연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어진 상황에서 온 정성을 쏟음으로써 미처 소리에 담지 못한 그 무엇까지 도달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는 것이다.

메타의 뮌헨 필은 바로 그러한 연주를 했다. 특히 토머스 햄슨은 이 시대 최고의 바리톤 가수로서의 기량을 뽐내지 않고, 그저 고독하고 쓸쓸한 마음을 읊조리는 중년 남자로서 노래할 뿐이었다. 뮌헨 필의 뛰어난 수석 단원들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어떻게 보여줄까에 연연하지 않고, 곡 전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함으로써 전체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갔다. 이 모든 것은 메타가 제시한 통찰력 있는 해석에 근거한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나를 버리기는 쉽지 않다. 나를 버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쓸모없어진 나를 버리라는 게 아니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그것을 나를 돋보이려 쓰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일이 잘될 수 있도록 쓰이는 데 집중하고 그 안에 나를 담으려 애쓰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준비한 게 많기에, 노력한 게 많기에 이는 더욱 아깝고 아쉬움이 남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그 준비와 노력이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마친 후 사인하는 자이퍼트(왼쪽)와 햄슨 | 사진: 멀더




"뮌헨 클래식 | Klassik in München"은 뮌헨 한인 천주교회 월보 '빛과 소금'에 격월로 연재되는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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